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이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 천상병
시집 [새] / 조광출판사 1968.
------------------------------------------------------ ㅠ..ㅠ
친구야.
잘 가...
네가 죽는 날
그 다음날....
결코 네가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은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알았어.
너 있을 때...
이미 꽃도 피었고 새도 울었을 텐데...
너무 고단하고 바빠서 못 봤을지도 몰라.
그래서
난....너무 바쁘지 않으려고 해
천천히...꽃도 감상하고 새랑도 짹짹거리며 놀거야.
오늘 네가 마련한 그 자리에
우리들의 담임선생님이 오셔서...흡사 동창회 자린 줄 알았어.
어제도 오셨었다는데, 나 땜에 부러 또 오셨다네.
이누무 잉끼는...아무데서나 막 높으니...촴...나...
암튼, 실감하게 해 줘서 고맙기도 해.
우린 한....참 있다가 가자고 약속을 했어.
혼자 쓸 데 없이 툴툴대며 하늘나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한 명씩....올라 갈 때
이쁘고 튼튼한 줄로 잘 땡겨 줘.
딴 데 가지 않고 너 있는 곳으로 곧장 갈 수 있게.
거기서...다시 동창회 1박 2일로 해야지.
징그럽게 뭘 또 보냐고...???
성질 드런 너를 다시 보는 우리가 더 짜증 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간의 정으로...찾아가는 거니까...박대하면 클나.
오늘 저녁에
다시 너 앞에 다 모이기로 했어.
충분히 떠들거야.
자리에 없다 하여도 넌 우리들 가슴에 계속 남아있을 테니까.
지난 34년간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 줘서 정말 고마웠고,
아플 만큼 힘든 세상 살아내느라...수고 많았어.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