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 읽기~

새 / 천상병

엄마의딸 2018. 10. 25. 17:40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이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 천상병

시집 [] / 조광출판사 1968.



------------------------------------------------------   ㅠ..ㅠ


친구야.

잘 가...


네가 죽는 날

그 다음날....

결코 네가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은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알았어.


너 있을 때...

이미 꽃도 피었고 새도 울었을 텐데...

너무 고단하고 바빠서 못 봤을지도 몰라.


그래서

난....너무 바쁘지 않으려고 해

천천히...꽃도 감상하고 새랑도 짹짹거리며 놀거야.


오늘 네가 마련한 그 자리에

우리들의 담임선생님이 오셔서...흡사 동창회 자린 줄 알았어.

어제도 오셨었다는데, 나 땜에 부러  또 오셨다네.

이누무 잉끼는...아무데서나 막 높으니...촴...나...

암튼, 실감하게 해 줘서 고맙기도 해.



우린 한....참 있다가 가자고 약속을 했어.

혼자 쓸 데 없이 툴툴대며 하늘나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한 명씩....올라 갈 때

이쁘고 튼튼한 줄로 잘 땡겨 줘.

딴 데 가지 않고 너 있는 곳으로 곧장 갈 수 있게.

거기서...다시 동창회 1박 2일로 해야지.


징그럽게 뭘 또 보냐고...???

성질 드런 너를 다시 보는 우리가 더 짜증 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간의 정으로...찾아가는 거니까...박대하면 클나.


오늘 저녁에

다시 너 앞에 다 모이기로 했어.

충분히 떠들거야.

자리에 없다 하여도 넌 우리들 가슴에 계속 남아있을 테니까.


지난 34년간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 줘서 정말 고마웠고,

아플 만큼 힘든 세상 살아내느라...수고 많았어.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