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겐가미네봉 3,776m)
후지산 일출산행(7/21~7/23)
일본은, 시내 관광만 다녀온 경험이 있고, 비행기 타고 다녀오는, 외쿡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산은
중국을 통한 백두산이 전부였던 바보에게 탑 산악회에서의 후지산(3,776m) 공고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공고를 보고 신청을 해야지...했던 바보는 이런저런 바쁨 탓에 마감 기일을 놓치게 되었고,
총대장님에게 별도로 연락을 하여 합류 가능여부 타진 후, 카페소식이 불통인 나의 오랜
산지기들에게 소문을 내어 산바우님, 산이슬님, 육체이탈님, 산이슬님 지인까지 함께 가시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꼭 한 분 더 함께하고 싶은 분이 계셔서 넌지시 말씀을 드렸는데 일본은
안 내키신다고 하셔서 아쉬웠고, 맨 꼴찌로 소나무님이 합세, 총 17명의 인원이 완성 되었다.
(07:1828) 인천공항 도착
드디어 출발일
바보는 연못님의 차량 지원으로 회장님, 피람님과 함께 편하고 안전하게 인천 공항에 도착,
이미 와 계신 분들과 속속 도착하시는 분들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곧 가이드님 도착, 발권을
시작으로 일사천리의 비행기 탑승 완료. 비행기 이륙, 나고야 공항 도착, 짐 찾기 완료,
전용버스 도착, 승차 후 후지산으로 출발~
나고야 공항에서 후지산 입구가 버스로 4시간이 걸린다고 하며, 2시간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는단다. 점심으로 나온 햄버거스테이크(너무 짜서 남김 ㅠㅠ)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출발, 버스는 버스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의 후지산 5합목(고고메 2,400m) 주차장에 도착
되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모두들 우의을 챙겨 입고, 산행장비가 아닌 모든 것은 전용 버스에
두고 하차를 한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목적지인 신 7합목(신 나나고메 2,780m)을
가기 위하여 단체로 공중화장실엘 들렀다. 일본은 시내나 편의점 공용 화장실은 무료이지만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가이드님의 말에 따라 모두들 후지산의 마지막
무료 화장실인 5합목 공중화장실엘 필수로 들리게 된 것이다.
고고메(2,400m)에서 출발 전 단체사진
출발 전 고도가 높으니 천천히 오르시라는 가이드님의 말씀에 모두들 네~~ 라고 대답은 했지만,
햐~~ 정말 우리 탑은, 후지산에서도 탑이었다.
쑥쑥 올라서시는 탑님들, 급기야 오후 8시 22분 신 7합목에 도착을 했다.
뒤늦게 도착하신 가이드님은 거의 기절초풍의 표정으로 우리의 빠름을 지적 하는데,
뭐....이미 올라섰는데 어쩔 도리가 없꼬.
고라이코소산소 (산소--> 산장)에 예약 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는 앞서 예약 된
사람들이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잠시 잘 곳을 배정받아 짐을 옮겨놓고
나오니 자리가 비어져 있다. 각자 자리에 앉아 산장 도시락을 하나씩 배정 받았는데,
음.... ㅠㅠ 바보는 연못님이 챙겨주신 총각김치 하나를 먹을 때 까지만 밥을 먹고 더 이상은
포기하기로 한다.
신나나고메 (고라이코소산소 2,780m) 도착
여성 참가자가 4명인데 침상 하나에 3명이 잘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스몰 사이쥬(?)의 4명은
침상 하나에서 함께 자기로 한다. 비몽사몽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시계는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고, 우린 다시 짐을 챙긴다.
세수...?? 그런 호사를 여기서 누릴 수는 없다. 휴지로 눈곱만 떼어내고, 바보는 겨울바지로
환복을 한다.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오고 조금 있으니 우리 17명 전원이 모두 모였다.
12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고, 가이드님은 아직 안 나오고....일단 출발을 하자는 의견이 모인다.
11시 46분쯤 출발~
살살 내리던 산안개비가 어느 순간 멈췄고, 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혀있는 게 보인다.
저 아래 구름이 벗겨진 틈새로 시골 마을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고....
칠흑의 어둠에 묻힌 산자락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르는 사람들의 랜턴 행렬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규고메 (만넨유키산소 3,460m) 도착
우리가 이번에 오르는 후지산 코스는, 비교 불가이기는 하나 지리산으로 친다면 중산리 코스라
할 수 있는 곳으로 후지산 정상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수직코스이며, 그만큼 가파르고 힘들다.
합목(고메) 숫자가 커질수록 우리의 발걸음은 느려지고 그만큼 땀이 나는 게 아니라 고도가 쑥쑥
높아져서 산소부족에 의한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고산병.
힘들어 하시는 몇몇 분들은 미리 챙겨 온 약을 드시며 숨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진행을 하신다.
그렇게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가며 22일 새벽 00시 29분 원조 7합목인 3,010m의
야마구치 산소(산장)를 통과, 01시 08분 8합목인 3,250m를 통과, 02시 16분에 9합목인
만넨유키(만년설) 산소(산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바보는 겨울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고, 고어텍스 안에 경량 패딩을 하나 더 입고,
물도 한 모금 마신 후 출발~ 곧 후지산 혼구센겐타이샤 오쿠미야 신사와 후지칸 산소(산장)가
나란히 있는 곳 10합목(3,720m)에 도착했다.
후지미야쿠지(3,720m)의 여명
우측 발아래의 저쪽으로, 넓게 퍼진 구름 띠 사이로 시뻘건 여명이 비춰지기 시작하고 있고,
우리들의 발걸음은 미친 듯이 오른쪽의(정상은 왼쪽) 일출 스폿 정상으로 내달린다.
가이드님의 말에 의하면 일출이 오전 4시 46분쯤일 거라 하셨는데, 현재 후지산 정상에서
분화구 반대편의 한 봉우리 정상을 바람막이 삼아 능선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이 시간은 아직도
3시 59분 정도이니 아직도 4~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해 뜰 무렵이 제일 춥다고....찬바람이 쌩~~ 불어대는 것이 어후~~ ㅠㅠ
바보 앞으로 산거북이님, 섬마을님, 바보 다음으로 하늘바라기님, 피람님, 회장님...나란히 앉아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일출을 기다리며....산거북이님표
아, 근데 이게 뭔 일이야~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이쪽으로는 전부 흰 구름이 덮여있고, 수평선 위로도 검은 구름이
굵게 덮이면서 여명의 붉은 빛은 그 위, 아래의 구름 사이로 드러난 가느다란 공간에 띠로만
형성이 되어 있어서 해가 보일 기미가 없다.
시간이 한참을 지나고, 이제 위쪽의 구름 위는 이미 훤해져버렸는데, 우리가 원하는
찬란한 태양은 도대체 감감무소식.
이 즈음, 여기저기서 한명, 두 명,...일어서시는 분들이 나타나고,
급기야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자리를 뜨신다. 해가 구름에 가려 일출보기가 틀렸다는 생각....
이 드는 게 당연했으니까.
바보는 아쉬움에 주저주저....조금 더 기다리는데, 역시 해가 떠오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에잇, 미련을 버리자. 반대쪽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하려는 순간,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뒤돌아보니, 세상에~~~!! 이런 황홀한 일출이라니.
역시,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일출은 시작되고....
쉼 없이 찰칵대는 폰카 소리....
그래, 이것을 보려고 내가 잠도 포기하고 그 캄캄한 밤부터 여길 오른 거 아니뉘겠니...!!
찬란하게 솟아라, 태양아...!!!
더 크게, 더 붉게, 더 높이...!!!
찰칵, 찰칵, 찰칵,~~!!!
크게 솟아 오르는 붉은 태양과 구름의 조화
소나무님과 붉은 태양이 주는 찬란함에 빠져 이런 사진, 저런 사진, 이런 포즈, 저런 포즈로
찍고 찍히며 허우적대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반대편을 바라보니
후지산 정상인 겐가미네봉(3,776m)이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붉은 빛을 띠며 우뚝 서있다.
어느새 태양은 바다 위로 90%이상 완전히 올라섰고,
그 즈음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이 도착하셨으며
일출 구경을 충분히 한 소나무님과 바보는 겐가미네봉을 향하여 출발을 한다.
오른쪽 봉우리가 후지산 최정상 겐가미네봉(3,776m)
가는 중간에 분화구 입구를 만나게 되는데,
헐~
그야말로 지구의 심장 한쪽이 뻥 뚫려있는 것 같은 느낌!
한라산 백록담의 그 매끄러움과는 또 다른 거칠게 움푹 패인 분화구를 보며,
미동이 없음에도 뭔가 무시무시한 힘이 지배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 온 몸에 싸늘한 전율이
감돈다.
무서워~
얼른 발길을 옮긴다.
후지산의 분화구
이제부터는 후지산 정상인 겐가미네봉 가는 길....
10합목의 신사의 뒤로 해서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내려오는 길도 화산암이 부서진 고운 자갈들로 인하여 미끌미끌, 오르는 길도 같은 곳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스틱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어가며 한 발, 한 발 오른다.
그리고 곧 겐가미네봉 정상에 오른다.
얏호~~
정상 표지석 앞에는 기념 인증 샷을 찍기 위한 줄이 적당한 길이로 이어져 있었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침햇살처럼 맑다.
토리마스네~~ 하이, 치~~즈
토리마스네~~ 쓰리, 투, 원,...
사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진을 찍겠습니다~ 하나, 두울, 셋, 김치~~!! 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사진을 찍겠습니다~ 하이 치~즈~ 라고 하는 게 좀....신기하긴 했다.
어쨌든, 순서에 의거 우리 차례가 되었다.
소나무님과 번갈아가며 서로 독사진을 찍어 주고...우물쭈물...하는데,
뒤에 서 있던 20대 쯤 되어 보이는 눈치 빠른 친구가 찍어 준다고 해서 얼른 둘이 포즈를 취한다.
후지산 정상에서 소나무님과
나, 후지산 정상에서 소나무님과 인증 샷 찍은 사람이야....!!!
보답으로 우리도 그 젊은 친구들 사진을 찍어 주고...이제 내려가려 하는데
그 인증 샷 대기 줄에 서 계시던 총대장님, 정상 표지석 옆의 시커먼 바위를 가리키시며,
저 바위가 후지산 정상 최고점이라고, 저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말씀 해 주신다.
이에 둘은 다시 호다다닥...!!!
찰칵, 찰칵~~
후지산 정상 최고점
이제 하산의 시간이 시작 되었다.
어느새 인증 샷 대기 줄에는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도 포함이 되어 계신다.
먼저 내려가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10합목 신사 앞으로 내려서니 시간은 05시 31분,
저쪽에 이번에 처음 함께하신 산이슬님의 지인님이 계신다.
그 옆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못님이 내려가시길래 우리도 따라 내려서기
시작한다.
그간 내가 올랐던 최고봉은 백두산으로 2,744m 였는데,
이젠 후지산 겐가미네봉(3,7776m)이 되었다.
1,000m 이상이 높아졌다.
뿌듯하다.
후지산 라인과 유일한 식물체
이젠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하며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조심조심 내려간다.
뒤에서 한 분씩 앞서기 시작하신다.
세상 누구라도 다 아는, 내리막에서의 벌벌이~~ 바보. ㅠㅠ
아씨, 넘어졌다.
그러나 넘어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씩은 기본으로 넘어지게 만드는, 화산석의 부서진 알갱이들이 마치 구슬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천만번 다행인 것은,
전날과 새벽녘 적당히 내린 안개비의 영향으로 산로가 젖어 있었다는 것.
아니었다면 이 화산석, 화산재의 먼지들이 날려 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인데...
신나나고메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풍경
사람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오밤중에 오를 땐 몰랐던 이 길이 훤한 시간에 내려오려니 너무 거칠고 급경사에
좌, 우로 볼 것도 없는 그야말로 위험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길이다.
혼자 왔다면 거의 묵언수행의 심정으로 오르고 내렸어야 할 곳인데,
그래도 함께 이야기하며, 같이 벌러덩 자빠지며 내려서는 동지들이 있으니
웃으며 우리가 묵었던 신 7합목 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07시 27분
먼저 도착한 선두님들이 자릴 비워 주시고 거기에 우리가 둘러앉았다.
산장에서 구입한 삐루 몇 캔과 산이슬 고문님 배낭 속에서 나온 참이슬이가 합체하여
목구멍으로 흐르는 순간, 그간의 힘듦이 목울대를 타고 함께 넘어서고 있다.
캬~~~!!
감격의 순간이다.
내가, 우리가 함께 해 낸, 남양주 탑 산악회의 해외원정 1탄, 후지산 일출 산행 다큐가
그 한 잔이 더해지며 울컥하게 만드는 그 무엇과 함께 제대로 완성 된 느낌이다.
이 순간을 영원히....!!!
신나나고메 에서의 단체사진
그나저나,
아침밥이 나오는데, 덮밥이라는데,,,, ㅠㅠ
역시 반은 남기고 밖으로 나온다.
한국의 젊은 친구 둘이서 열심히 헬스장 이야길 하다가 아침식사를 모두 마치고 나온 우리가
단체사진을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을 해 준다.
찰칵~ !!
이제 5합목까지 무사히 내려서기만 하면 우리의 후지산 산행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힘들어 하셨던 산바우님과 육체이탈님은 고도가 3,000m 아래로 내려서며 평온을 되찾으셨고,
5합목 공중 화장실을 지나 그 앞으로 난 긴 계단을 내려서며 오전 8시 54분
우리의 후지산 산행은 종료가 되었다.
고고메 주차장 도착, 산행 종료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던,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죽을 것 같았던, 술에 취한 듯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등등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난 고산병에 고생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적응 해 가며,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 가며 한 발씩 내 딛었고,
그 결과 전원 모두 후지산 정상 최고봉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에 예상보다 모든 게 빨리 끝나 여유롭게 온천욕을 하며
피로를 풀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라면 상상도 못했을 후지산 산행이 함께여서 덤빌 수 있었고,
그 결과 짧은 일정임에도 모두 만족 할만한 추억을 한가득 안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내 생에 손안에 꼽힐, 사서한 고생의 아름다움 여운이 되었다.
이순간을 영원히~ !!
후지산을 계획하고, 진행해 관여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후지산 산행기를 마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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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비행기를 타 보셨다는 피람님,
덕분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 몇 개 적어봅니다.
#1.
피람 :
엇, 내 표만 왜 이래
다른 사람들 것은 색깔도 있고 두께도 두꺼운데 왜 내 표만 복사한, 가짜 같은 거야...!!!
미드미님 :
그거...저기(유인 발권처) 가서 15,000원 주고 바꿔야 해~
안 그럼 뱅기 못타~~
#2.
연착된 비행기에 지루해 하시던 피람님 :
아, 나 이렇게 기다리는 거 정말 싫어~~
산거북이님 :
기다리기 싫으면 인천을 향해 슬슬 걸어 가~~!!
#3.
피람 :
내가 비행기를 타보니까 말이에요
이왕 갈 거면 비행기가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휙 뒤집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면 덜 지루 할 텐데...요~
연못님, 회장님, 하늘바라기님, 바보 :
기겁....ㅠㅠ
#4.
피람 :
뱅기타고 오는 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창밖의 구름을 보고 계속 사진을 찍더라고요~
구름이 별로 달라지지도 않는데도 한 100장은 넘게 찍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생각했죠.
아하~
너, 오늘 뱅기 처음 탔구나~
난 이미 두 번째야~~!!
연못님 :
두 손으로 이마를 치시며 웃으시고,
회장님, 하늘바라기님, 바보 :
배꼽 떨어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