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울리는 알람소리...
그 소리에 개 벌떡 일어나는 개장미양...
이게...아닌데...!!
이게...아닌데....!!
본래 울 집에서 공식적인 첫 기상 자는 개장미양으로, 정각 5시에 아침밥을 먹는
배꼽시계의 정확함에 의거, 울 집 거실에 불이 켜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밥 때도 아닌 시간에 뭔가 빽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개장미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 밥 달라는 개장미양
- 10년차 동거동락 중입니다.
음,
장미야.
오늘 내가 좀 멀리 산행을 가게 되어서....일찍 일어나야해.
잠 깨워서 미안해..
더 자.
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개장미양은 냅다 엄니께 뛰어가....밥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고,
난 산행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얼마만의 부지런함인지.
게다가 백두대간 구간이라니....
감회가 새로워라...
어느 날 본 산악회 홈페이지에 대간 안내 공지가 떴다.
늘재에서 문장대 구간이란다.
비록 짧게 구간을 끊었다고는 하나 대간을 뛰어 본 사람, 게다가 속리산 피앗재에서 문경새재를
지나 죽령에 이르는, 대간길 중부지점의 산들이 얼마나 험난한 매력을 갖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내겐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갈등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가 초롱 총무님께 스을쩍~ 문자를 넣어봤다.
초롱총무님의 맑은 눈이 떠오르며, 장정 섭외에 성공하실 것이란 믿음이 생기며
무작정 길을 나서기로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니,
실제 이번 산행 성공의 절반은 초롱총무님 덕이다.
(총무님...감사...!!)
암튼,
부지런을 떨었다고는 하나 개장미양 눈약, 귀약도 넣어줘야 하고, 울 엄니 드실 것들 챙겨놓고,
가스조심까지 일러두고 출발을 하려니 벌써 오전 5시가 넘어선다.
동리를 나서니 아직도 어둠이 가득하다.
맘 연약한 난 뒤에서 밤 귀신이라도 따라오는 듯 잽싼 걸음으로 집결지로 향한다.
농협 앞엔 이미 해당화님, 김명환님 킬리만자로님이 나와 계셨는데, 나를 보시곤 환히 웃어주신다.
그제야 밤 귀신 무섬이 사라졌다.
감사해라...
- 07:58
- 하차와 동시에 산행 시작
시간이 좀 지나, 사위가 어슴푸레해 질 무렵 우리의 산악회 버스가 도착했다.
만원버스.
두 주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버스 안 가득하다.
출발~
버스는 다음의 집결지를 거쳐 휴게소 한 곳을 들른 후 밤티재에 섰다.
버스 안에서 총대장님께서는, 밤티재에서 문장대 구간이 입산통제가 되었으므로....
이러이러, 저러저러 하다고 말씀을 하시며 주의를 당부하시는데,
지난 날 자유롭게 드나들던 이 곳이 입산통제라니....!!! 격세지감 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술만 씰룩씰룩...)
암튼 버스에서 내린 산꾼들은 곧바로 철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산 안쪽으로 들어간다.
슈슈슈슉~~!!
이런 재빠름...
예전 점봉산 구간이 생각난다.
점봉산 구간도 입산통제를 하기에 도둑산행을 해야 했었고....
마치 토끼몰이를 하듯 잽싸게 산을 치고 올라갔던 기억....
이젠 일당 줄 테니 해 보라 해도 못 할 듯하다.
- 08:56
- 새나라 횽님...^^
- 일부러 까맣게 찍진 않았어요...ㅠ,.ㅠ
그러나 이번에도 그랬다.
밤티재에서 정상적으로 오르게 되는 산로를 만날 때 까지...계속 길 없는 길을 헤쳐야 했다.
앞으로 한 걸음 디디면 뒤로 두 발 밀려나는 경사에 정강이가 당겨오고 힘은 두 배가 들어야
했으며, 요란한 심장 펌프질에 얼굴은 뻘겋게 달아오름을 느낀다.
에고,
개힘드러....
걍 집에 있을 것을....
웬 쓸데없는 문자질을 해서뤼..이 개고생이냐고...!!
를 후회 할 새도 없이 마치 뒤에서 누가 붙잡으러 오기라도 하는 양 앞으로 내달린다.
드디어 우리의 산신령님....소심하게 한 말씀 내뱉으신다.
나....도로 내려가고 시포...!!!
그러나 절대루 빠꾸를 모르시는 우리 산신령님...^^
- 09:31
- 언제 오더라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속리산의 바위와 소나무
그나저나 정말 좀 쉬었다가 가고 싶은데.....
마침 오고계시는 초롱총무님에게 괜히 말을 건네며 속도를 늦춘다.
총무님..
새나라님이 누구셔요...???
아, 새나라님요..
저기 저분, 저 분이 새나라님이세요.
언니가...아니고 횽님...!! 이세요...!!
새나라 횽님..
여기 장미바보님이요...!!
반갑습니다...!!!
산 능선에서 즉석 간편 인사가 이뤄지고, 일행 명단이 확정지어 졌다.
산신령님, 학가산님, 빠다님, 가야바람님, 초롱총무님,
첨 뵙는 새나라 횽님, 지지베베님, 이준호님과 은사시님
그리고 나. (순서 무작위 : 순서 가지고 태클 거시는 분 계심 난 마구마구 삐뚤어질테얏..!!)
- 청도님께서 보내주심
- 하늘도, 바위도...다 좋은데, 모델이 별루...(쩝~)
드디어 처음으로 하늘이 열리는 바위전망대에 다다랐다.
청도님께서 이미 도착하셔서 사진을 찍고 계신다.
저도 찍어 주셈...
찰칵~
가야바람님도, 지지베베님도.....
한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완전 단체가 되었다.
에잇, 단체 사진도 한 장...!!
정말 웅장한 바위....
소나무,
그리고 올려다 보이는 멋들어진 바위 능선들.
속리산은 오래전부터 광명산(光明山)·지명산(智明山)·미지산(彌智山)·구봉산(九峯山)·
형제산(兄弟山)· 소금강산(小金剛山)·자하산(紫霞山)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속리산(俗離山)은 봉우리 아홉이 뾰족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九峯山)이라고도 한다. 신라 때는 속리악(俗離岳)이라고 일컬었다.”라고
되어 있다.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峯)을 중심으로 비로봉(毘盧峰)·길상봉(吉祥峯)·문수봉(文殊峯)·
보현봉(普賢峯)·관음봉(觀音峯)·묘봉(妙峯)·수정봉(水晶峯) 등 8개의 봉(峯)과
문장대(文藏臺)·입석대(立石臺)·경업대(慶業臺)·배석대(拜石臺)·학소대(鶴巢臺)·신선대(神仙臺)·
봉황대(鳳凰臺)·산호대(珊瑚臺) 등 8개의 대(臺)가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기암고봉, 울창한 수림, 깊고 수려한 계곡, 폭포 등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법주사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적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 일대가 1969년에 국민관광지로,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84년 충청북도 괴산군의 화양동 도립공원이 국립공원에 편입되어 총면적은 283.4㎢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보은속리산이라고도 하는데, 상주속리산 쪽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법주사와 같은
유서 깊은 사찰이 없고 교통·숙박시설 등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출처 : 다음백과
- 09:56
- 산신령님께서 바위 넘어져서 우리 다칠까봐 밤새 저 나뭇가지를 받쳐 놓으셨다고 하심
어맛.
내 주제에 뭔 산세 구경...
곧 떨어질 체력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기운이 남았을 때 빨리빨리 몸을 옮겨 놔야 한다.
먼저 발걸음을 떼는데....
여기가 어딘가...!!
요 길로 가면 수풀, 저 길로 가면 바위,
산신령님...께 스~을~쩍 앞자릴 양보한다.
역쉬, 산신령님이 앞장 서셔야 지구는 잘 돌아간다.
때론 이준호님을 비롯 다른 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시며 선도를 해 나가시는데,
드디어 밧줄구간에 이르렀다.
학가산님께서 바위 동굴로 들어가셨다가 나오고 계신다.
여긴 길이 아닌개벼~~ 하시며.
그 때 왼쪽 바위 위에서 지지베베님이, 여기..!! 라고 알려주신다.
밧줄이다.
밧줄을 잡고....어기영차...!!
쳇,
부실한 내 두 다리는 애먼 바윗길에서 개다리 춤을 추듯 떨어대고 있으니.
이런 개 챙피가...!!
창피함을 숨기고자 얼른 진행...
그러나 계속되는 암릉구간.
- 청도님께서 보내주심
- 내 부실함에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초롱총무님
본래, 나는, 암릉구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이게 뭔 일인지.
개다리 춤에 이어 이젠 팔 힘이....
밧줄 잡을 힘이 없길래 밧줄을 손목에 한 번 걸고 당기니 뒤에 계시던 빠다님이
그 커다란 목소리를 자랑이라도 하시듯 소리치신다.
밧줄을 손목에 걸면 다친다고....!!!
장미바보 : 밧줄 잡을 힘이 없다고요....!!!
초롱총무님과 나는 계속 빠다님의 걱정 가득한 밧줄 잔소릴 들어야 했다.
손아귀 힘이며 팔로 댕기는 힘이 점점 빠져나가 바윗길을 올라 갈 도리가 없는데,
도대체 월출산님께서 버스에서 말씀하시던 엉덩이 밀어주는 사람은 왜 없는 것인지.
아니, 초롱총무님의 장정 섭외는 우째 된 것이냐고...!!!
장미바보는 또 궁시렁 궁시렁...
급기야,
날 좀 델코가라고요 ....!!!
앞서 잘 가시던 이준호님은 초롱총무님의 이 한 마디에 급 호위무사가 되시어 초롱총무님을
호위하느라 쩔쩔매시고, 그 뒤에 가야바람님은 발 디딜 곳 훈수를 두셔야 했고, 빠다님은
내 배낭을 잡아 올리셔야 했으며, 그 앞의 산신령님은 한 발 앞서 가셔서 이런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셔야 했고,......
아, 단체적으로 넘 고생 많으신 울 일행님들..
- 10:36
- 문장대 표지석
그 와중에 단연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한백산악회에 첫걸음 하셨다는 은사시님.
이분 완전 전문가 포스를 뿜뿜 뿜어내시며 암릉 길을 오르내리시는데,
와....그 작은 체구에서 우째 저런 힘이 나오는지.
난....모냐고...!!
그래서 장미 바보라고...???
알았다고...!!!
흙~~!!
드디어, 지킴이 카메라를 지나 문장대에 다다랐다.
다 왔다.
박수...!!!
서로서로에게 고생했다는 위로와 안도의 박수를 쳐 준다.
10:44
문장대 정상에서
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득 만나고픔에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 해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지 않겠는가
- 용혜원 -
문장대는,
살아생전 3번을 오르내리면 극락왕생을 한다는... 산 선배들에게 들은 속설이 여전히 떠다니고
있으며, 경상북도가 오래전에 문장대 온천개발 조성 계획을 승인했는데 하류지역인 충북 주민들의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한 거센 반발에 흠칫 했다가, 결국 이런저런 경유가 있은 후 대구지방 환경
청이 지난 2월 문장대온천관광휴양지개발지주조합이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신청을 반려
하면서 없던 일로 일단락되기도 한,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인기 빵빵한 곳이다.
문장대에 올라 주변을 휘이~~ 돌아보는데,
신선대를 지나 천황봉 가는 길이 가늠되고,
또 그 반대로는 청화산으로 해서 대간길 북진로가 가늠되고 있으며,
하늘은 높고, 능선은 우뚝우뚝, 나무는 울창하고,....
쳇, 극락왕생이 뭐 별건가.
이렇게 좋은 산우들과 이렇게 멋진 곳에서 같은 마음으로 있는 지금이 극락왕생이지.
그러니까...같은 마음은...??
- 10:41
- 다음구간인 천황봉 능선
빙고,
참이스리...!!
내게는 쥐약, 시원한 참이스리를 달라.....!!!
역쉬, 우리 여성대장 김다남님의 두 귀는....당나귀 귀.
나의 외침을 들으셨는지,
후다다닥 문장대에서 뛰어 내려가 그 아래 공터의 휴게테이블로 가니
김다남님이 몰래 숨겨 오신 소중한 이슬이 방울을 넉넉히 따라주신다.
한 모금 꿀꺽 ~
캬~~!!
이건 모.....
완전 내가 원하는 참이스리의 참맛이다.
산행에 지쳐 축 늘어졌던 내 체세포들이 바짝바짝 정신을 차리며 일어서는 느낌이다.
좋. 아. 라.
김다남님....감사해요...^^
가야바람님의 반 건시로 쌉쌀한 참이스리의 뒷맛을 깔끔히 잡은 후, 하산이다.
신선대 가는 길 왼쪽으로 뚝뚝 떨어지며 하산로는 이어졌고, 가물었음을 알리는 마른 계곡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죽죽 내려가다가 곧 마지막 다리를 건너며 산행은 끝이 났다.
- 12:22
- 마지막 다리
- 대간길 다음 구간도 이곳으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아,
피곤한 하루,
그러나
가끔...아주~~가~~끔 궁금했던 새나라 언니가....새나라 횽님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도 하고,
지지베베님이 북한산의 등산학교에서 밧줄타기 전공을 수료하신 분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새내기 은사시님의 등산 스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이스리잔을 놓칠 뻔 하기도 했었던,
그야말로 다사다난하고 보람찬 하루였다.
월욜 부터 울 회사 외감 수검인데,
개다리 춤에다가 안 쓰던 팔 근육까지 썼으니 제대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려나 걱정도 되었지만,
에잇, 모.
난, 오늘 충분히 행복했으니 월욜 일은 월욜 날 겪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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