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or 여행기

속리산(갈령~문장대)

엄마의딸 2018. 9. 18. 08:00



데헷~~ ^^

헤헤헷~~^^

^^

^^

이 미소는 모지...??

 

어제 빡센 산행으로 온 삭신이 쑤시곤 있는데, 왤케 입가엔 미소가 가득한 거지...??

드디어 진정한 바보가 되려나...??

  


(09:07) 산행준비를 단디~ 한 후


  

알아요...???

얼마 전 TV에서 방영 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라고 있었는데,

산 잘 타는 예쁜 누나....!! 같아요...!!!

 

늘 조용조용 하신 지지베베님이 땀방울로 범벅 된 내 곁으로 오셔서

그야말로 .. 하게 던져주신 말씀이시다.

 

만쉐리~~!!

, 이제 소원 풀었어...!!!

몰 더 바래...??

예쁘다는데.

예부터 예쁘면 모든 게 다 용서된다고 그랬어.

, 오늘부터 모든 걸 용서받게 된 장미바보...!! 라고....!!!!

 

> ~!!

> 그 용서가....바보라서 일까...??? 예뻐서 일까...???

> 곰곰...

 

어쨌거나.

누구나, 뭐든 땀 흘려가며 열심히 하면 다 예뻐 보인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그렇게 생각해 주시고 말씀해 주신 지지베베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슬슬... 이번 백두대간 속리산구간 산행을 기억해 보자면.

  


(09:41) 갈령 삼거리를 지나고


  

집에서 나올 땐 어둑한 하늘에서 비를 살살 흩뿌리고 있어서

모야...

오늘 바위산인데, 비 오면 미끄러운데, 산행 할 수 있으려나...???

공기 반, 불안함에 밀려 온 꾀병 반이 들숨 날숨으로 교차되며 도착한 집결지.

그러나 우리 퇴계원파 일행들을 보며 불안함에 밀려 온 꾀병은 곧 사라지고

대신 용기와 즐거운 기대감이 흥분으로 나타나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있다.

 

가는 길 내내 하늘도 심각하고 도로도 심각해서 버스사장님 맘대로 버스길을

만들어 달리시더니, 9시 조금 넘어 산행 들머리에 버스가 도착 되었다.

비는 그쳤으나 매우 습한 날씨, 뿌연 안개 초롱총무님 말씀대로 산행지는 좋은데

날씨가 안받쳐주는 요즈음인 것이다.

아침 집결지에서의 콧구멍 벌렁거리던 흥분은 어느새 가라앉고,

다시 슬슬 꾀가 나면서....회장님 따라 거꾸로 산행을 하고픈 맘이 췌장에서부터

올라오려 한다.

   


(10:43) 이름모를 톨탑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지난 20064

나는 백두대간 17, 피앗재 부터 눌재 까지를 새벽 4시부터 강행군을 했었다.

그 때, 중간 중 후미그룹으로 8시간이 걸렸으나 그리 힘들어하지 않았던 시절,

그야말로 꽃띠 시절의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변명거리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꾀부터 나는 내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참....챙피가 하늘을 찌른다.

   



(초롱총무님) 형제봉에서는 형제애도 뽐내 봤으며,


 

그 와중에 이번에 제대로 뵙게 된 심고문님.

향년 77세라시는데, 흰 머리 휘날리시며 쉼 없이 같은 속도로 가고 계신다.

정년퇴직을 하신 후 꾸준히 산행을 하셨다 하시는데, 어쩜 저리 멋지신지.

초롱총무님 말씀이 늘 선두시라는데, 내가 만약 저 연세라면....???

 

하이고, 꿈 깨라 장미바보야...!!!

그냥 부지런히 걷기나 해.

 

오늘 산행의 백미는 끊임없는 오르막 잔치.

물론 산이야 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시작하면 끝날 때가 있는 것이겠으나

이번 구간은 좀 더 심한 오르막과 싸워야 함을 나는 지난날 경험이 있으니

맘을 단단히 먹는다.

  


(11:46) 산죽에게도 눈길, 맘길 마구마구 던졌다.


  

그러나 첫 오르막부터 숨이 턱 막힌다.

토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바쁘게 돌아쳤더니 입맛도 없길래

저녁 때 꼬꼬댁이랑 두꺼비군을 불러서 장미양과 놀았는데 그 여파가 남은 모양이다.

쫌 참을 것을...

때 늦은 후회는 땀방울과 함께 떨쳐 버린다.

열심히 걷는다.

 

드디어 쨔잔...!!

형제봉이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 위에 정상 표지석이 있으니 저 위엘 올라야 한다.

배낭을 벗어 던져놓고, 잘 파여진 홈을 디디며 살살~~ 조심조심... 정상에 올랐다.

 

독사진도 찍고, 초롱총무님과 같이도 찍히기도 하고,

영산홍님 왕소금님 인증샷도 찍어드리고........

곧이어 청도님 일행이 도착하셨다.

북적북적해지는 형제봉, 방 뺄 시간이다.

  


(악마님) 형제애를 키워가며


  

형제봉을 내려서면 바로 밧줄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내리막이다.

네발로님이 열심히 밧줄을 이용해 내려가고 계신다.

장미바보도 열심히 따라 내려가며 소리친다.

네발로님...~~~~~!!!

 

네발로님 : 오늘 제 허리가 조금 날씬해 진 것 같지 않아요..??

장미바보 : (~~ ????) , 네에~~ 조금 그러신 것 같아요.

               그간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것이에요...??

네발로님 : 감자와 삶은...그러니까 계란이 돼서...스쿼트를...(다이어트 이야기 막 하심)

               그런데, 운동은 꾸준히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작심삼일 무한반복

장미바보 : 엄훠..엄훠...그러셨구나.

               그렇지요, 그래도 작심삼일 무한반복이면 최소 삼일에 한 번씩은 운동을..

               (끄덕이며 맞장구 치며......)

 

어느새 저 멀리 천왕봉이 가늠되며, 방향 또한 틀어지고 있는데, 네발로님이

심각하게 말씀하신다.

장미바보님...피앗재를 그냥 지나쳤어..!!

언제 지나쳤지...???

거기서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초롱총무님이,

, 네발로님,

아까 장미바보님이랑 이야기하시느라 잊고 그냥 지나치셨어요.

이정표에 하늘색으로 피앗재...라고 적혀있었는데.

 

몹시 아쉬워하시는 네발로님.

 

, 쌩깜.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웃은 죄 / 김동환

 

, 요 느낌으로다가....헤헷..

그러나,

네발로님 죄송합니당.

다음에 사진 찍으러 다시 가신다면 제가 동행 해 드리겠습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음....절대루...)

  


(12:08) 멋진 풍광도 공유하고

  

 

그런데, 도대체 여긴 어디...???

계속되는 오르막...

수다 삼매경에 입도 힘들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천왕봉이 정면으로 빤히 보이는 곳에 이르자 앞서 가시던 악마님께서 대신 외쳐주신다.

천왕봉아....이리 오너라...!!

네가 안 온다면 내가 가겠느니라...!!

 

그러나, 꿈쩍도 않는 천왕봉.

산죽군락지를 지나 드디어 시야가 확 트인 곳에 다다랐다.

끊임없이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잠깐 좀 쉬었다 가시자는 말씀을 드린다.

악마님, 초롱총무님, 그리고 오늘 또 처음 인사드린 영산홍님, 왕소금님, 네발로님...

이렇게 목축임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따라오신 새나라님이 점심을 먹자고 하신다.

뒤쪽 일행은 그쪽에서 자릴 폈다고 하시며.

우리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금보자기 식탁이 차려졌다.

 

각종 도시락이 금보자기에 펼쳐지는데,

이곳 아니면 내가 어디서 이런 다양한 뷔페를 만날 수 있을까...??

악마님표( or 다남님표) 두두김치 세트, 새나라님 밤새 튀기셨다는 감자고로케(?)

앞니를 사용하셨다는 생율, 왕소금님의 훈제오리에 쥐약세트, 네발로님의 삶은 달걀...

캔이슬과 김밥과 귤...

이럴 땐 내 위가 정말로 위~~ 대 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토욜 밤 꼬꼬는 다 어디로 간 걸까...??

   


(13:26) 끝 없는 오르막도 함께 오르다 보니


 

자릴 치우는 사이 청도님 일행이 들이닥치신다.

경치 좋은데서 쉬었다며....모라모라 하시는데, 우린 걍 냅다 내뺀다.

아직, 갈 길이 머니까.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산죽에게 눈 멀고, 오르막에 귀 멀고, 내리막에 농락당한 두 다리.

그야말로 무념무상에 다리만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형제봉 삼거리를 지나 다시 산죽 길 오르막....

~~

내가 이곳을 다시 오면....정말 바보닷...!!을 뇌까리며 입안이 바싹바싹 마를 즈음

고개가 가림막 없는 하늘 위로 쑤욱 디밀어 지면서 우리의 회장님 얼굴이 보인다.

 

회장님    : ~ 장미바보님 벌써 왔어요...??

장미바보 : (헥헥~) , 근데 여기가 어딘가요...??

회장님    : 어디긴 어디야 천왕봉이지~~.

장미바보 : 아 그래요...??

  


(13:33) 어느덧 천왕봉 정상이다


  

그러고 보니 천왕봉이란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엉성한 돌무더기, 조붓한 정상에

표지석이 홀로 서서 여기가 천왕봉임을 알려주려 애쓰고 있다.

천왕봉이 맞긴 맞나보다.

사진...사진을 찍어야 해.

 

찰칵.

찍고, 찍히고,....잠시 정상에서의 기분을 만끽해 본다.

...예상하였듯이 오늘 우리 그룹에게 속리산의 화려한 조망은 허락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땀과, 나의 노력으로 부실한 두 다리만을 믿고 의지하며 험난한

여정 끝에 오른 이 성취감은 꽝조망도 막을 수 없는 거시기인 것이라서

잠시 더 정상에서의 기분을 만끽해 보기로 한다.

  


(13:35) 두루두루 정상을 만끽한다.


  

반대쪽에서 넘어오는 한 무리의 산객들이 그 좁은 정상을 점령하기 시작 할 무렵

다시 우린 방 빼기에 돌입한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안도감에 두 다리를 탁탁 쳐 준다조금만 더 힘내자고.

 

이제부터는 속리산의 주릉으로 고만고만한 오르내리막이 신선대까지 계속

이어지며 속리산의 멋들어진 바위 군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섞여 있어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패여 높고 깊은 봉우리와 계곡은 가히

절경을 이루고....(이전, 이하 생략~~ / 속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내용 중)

 

......

멋들어진 바위 군들은 개뿔...

너무 지친 난....그냥 스쳐지나가는 돌덩이로만 느껴 질 뿐이다.

비로봉을 지나 입석대는 언제 지나갔는지...발바닥에 보이는 이파리는 풀이요

옆으로 지나가는 것은 돌멩이다.

, 개힘드러라.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건 정말 명언이야.

상 줘야 해.

  


(14:06) 비로봉 가는 길에 뒤 돌아 본 천왕봉, 정상은 역시 정상이구나...!!!


  

그러다가 올라선 신선대

이곳엔 우리의 월출산 총대장님께서 마중을 나와 주셨다.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

동작 빠른 초롱총무님,

냉큼 신선대 주막 쥔장에게 감자전이랑 막걸리를 주문, 테이블 위에 놓았는데

.....먹을 수가 읎~..

입으로 뭔가가 들어 갈 수 있을 땐 씹을 힘이 남았을 때고,

이젠 이 얄팍한 주댕이를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다.

때 마침 올라오신 지지베베님과 신선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14:43) 신선대 너른 바위에 지친 맘 널었다가


  

다시 출발~

이제부터는 별다른 고생 없이 문장대에 닿고, 그리고 예의 그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하루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큰 산이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입은 바짝 마르나 눈은 호강하고, 다리는 고생하나 마음은 뿌듯하고,........기타등등.

그러나 사람 사랑이 주는 매력은 알 수가 없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사람 사랑의 힘이므로.

 

오늘, 내가, 이 긴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내 다리의 수고라기보다 곁에서 함께 동행 하며 힘듦을 잊게 해준 여러분들의

또 다른 형태의 사랑 때문이라 생각한다.

  


(15:17) 문장대 휴게소 옆 법주사쪽 풍광에  그 마음 또 홀렸다가


  

지지베베님의 과분한 칭찬의 말씀,

산객님의 카메라 세례,

네발로님의 웃음이 터져나는 이야기,

새나라님의 앞니 스킬,

왕소금 영산홍님의 소중한 쥐약~

악마님의 끌어주심과 초롱총무님의 밀어주심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순서 없음, 순서로 뭐라 하시는 분이 계시면 완전히 삐져버릴 꺼임)

회장님과 월출산님의 마중에 말라비틀어진 힘을 조금이라도 더 쥐어 짤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두모두 감사드리며, 수고하셨다는 인사....진심 꽉꽉 담아 드린다.

 

(두 손 앞에 모으고..)

감사합니다.

꾸벅~



(16:16) 정신 차리고 보니 산행 끝이네.  다리를 지나니 다리 아픔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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