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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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년의 윗목이 아닌 어제의 엄마도 안 오신다.
해 지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깜깜이가 되었을 줄이야....
새벽이 오기는 하려나...
온다 한들...어제의 그이가 아니니.
기형도님의 빈집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을,
그 따뜻한 미소를 가둬야 하나보다.
살기 위한 삶
그것에라도 감사해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