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 읽기~

엄마 걱정

엄마의딸 2020. 7. 15. 14:49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이제,

유년의 윗목이 아닌 어제의 엄마도 안 오신다.

해 지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깜깜이가 되었을 줄이야....

 

새벽이 오기는 하려나...

온다 한들...어제의 그이가 아니니.

기형도님의 빈집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을,

그 따뜻한 미소를 가둬야 하나보다.

 

살기 위한 삶

그것에라도 감사해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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