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 읽기~

오늘도 눈부신 날

엄마의딸 2019. 3. 25. 08:30



드라마 [눈이 부시게] 엔딩 내레이션(김혜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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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끝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주연배우 김혜자의 내레이션이다.


치매로, 모든 기억을 읽고

오로지 자신의 청춘시절만을 기억하는,

그래서 아들 며느리를 아부지 엄마로 불리게 되는....


본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아니 TV 시청 자체를 즐기지 않는 내게

그나마 띄엄띄엄 재방이라도 보며 이야기를 연결시킬 수 있었던 드라마.



아마도, 내게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다른 어른보다 훨씬 많은

울 엄니가 계셔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나씩....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이젠 습관적으로 하시던 것 들만 즐기시고

생각에 의한 행동이 점점 줄어드는 엄마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화가난다.


그래도,

아직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울 장미와의 산책을 기억하고

출근길 잘 다녀오란 인사와 퇴근길 반겨주시는,

세상 하나뿐인 내 엄니가 계시니

오늘도 헛기침 한 번 크게 하며, 눈부신 하룰 살아보려 한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가고 별 거 하닌 하루가 온다 해도

어제 때문에 후회하고 미래 때문에 불안해 하더라도

오늘은...오늘 하루로 충분히 즐길 자격이 내겐 있다고....작가는 말해준다.


누구나가 아니라 선택 된 그들 중 한 명이 울 엄마고,

그런 엄니를 엄마로 둔 내 복은....피할 수 없는 내 몫이므로.



그저

살아계시는 동안 편히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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