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or 여행기

영암 월출산

엄마의딸 2023. 9. 11. 15:59

나의 첫 월출산 산행은 199937일이었으며,

450분 도갑사 출발정상을 지나  천황사에 1030분 도착이라 기록되어 있고,

산행 내용은 너무도 간략하다.

 

1. 바람이 너무 세고

2. , 지독한 눈보라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슴.

3. 기암괴석, 구름다리, 운무

4. 무척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5. 하산 후 라면맛은 소주와 함께 일품 그 자체다

6. 좋은 하루였다

7. 역시 예의 그 나쁜놈들은 왠 휴지와 귤껍질을 그리 버리는지...역시, 역시, 나쁜놈들이다

8.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총총..

 

어지간히 추웠는지 글씨도 삐뚤빼뚤......

3월의 눈 산행을 하였고, 하산 후 라면에 소주뿐이었어도 만족했으며,

여전히 예리하고 정의로운 척(?)  하며 할 말 다하고 다녔었나 보다.

 

(나의 옛 기록)

 

그 후로도 다녀온 적이 있는 거 같은데,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찾질 못하겠으니 패쑤~

 

이번 9월 정기산행이 월출산이란 공지에 맘이 두근거렸다.

꼬마대장님까지 합세하는, 특히 꼬마대장님이 직접 이벤트까지 준비했다는 소식에 기대도

했는데막상 출발 당일이 되어 병원신세가 잦은 장미할매를 여사님에게 맡기고 가야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걸렸다.

 

이미 이런저런 계획 및 약속으로 10월 주말까지 모두 차버렸으니....11월부터는 대간 산행만

하고 진부령을 끝으로 모든 구간을 마치게 되면 그마저도 잠시 접어야 할 듯싶다는 생각을

하며 집결지로 나가는 내내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집결지에 도착하니 예의 두 분이 서 계신다.

인사를 하고, 선두대장님이 미리 사놓으셨다는 김밥을 한 줄 얻어 배낭에 넣는다.

버스가 오고, 출발~

 

(07:1857) 꼬마대장님은 이벤트 진행 중...

 

구리와 상일동을 거치며 버스는 거의 만차가 되었고,

새벽녘 소나기를 뿌려대던 두터운 구름들이 어느덧 하늘 높이로 올라가 햇살을 보여 줄 준비

중이다.

 

순서에 의거하여 회장님, 내발로님의 인사말씀 및 산행지 안내가 이어지고 바로 꼬마대장님의

이벤트가 시작 되었으며 많은 회원님들은 매우 기특해하며 이벤트를 즐기셨다.

뒷자리 어느 분이 [사인이라도 받아놔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하실 정도로 말솜씨도 좋고...

육체이탈님은 그런 손자가 마냥 예쁘셔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으신다.

 

웃음이 넘실거리는 버스는 막힘없이 도로를 질주했고, 11시 정각 들머리 입구에 멈췄다.

퇴계원에서 4시간 40분이 걸렸다. 순간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지는 바보.

그러나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11:0819) 단체사진

 

모두모여 단체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장미꽃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길을 지나 오늘의 들머리인 산성대 탐방로 입구를

들어서며 본격적인 월출산 산행이 시작 되었다.

 

(11:1125) 들머리 출발~

 

이벤트 시간에 별도의 선물을 받은 짱대장님과 하늘바라기 총무님 그리고 바보는 꼬마대장님의

안전 산행을 위한 호위무사가 되어야만 했다.

이스리 한 병의 책임이 이리 무거울 쮸리야..... ㅠㅠ

 

짱대장님이 앞장을 서시고, 그 뒤로 하늘바라기 총무님과 꼬마대장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시고, 그 뒤에 바보가 서고, 바보 뒤에 산나그네님과 산수유님이 서셨다.

 

(11:3006) 오늘의 험난함을 예상하는 오르막

 

들머리를 지나며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20분도 안되어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났다.

오늘의 험난함이 예상되는 순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산행준비를 하고 나왔다는 꼬마대장님은 벌써부터 배고프다며

회장님과 무전을 교신한다.

이미 한 차례 넘어졌고, 두 다리는 X자로 교차중이고.... 그런 꼬마대장님 걱정되신

산나그네님은 꼬마대장님의 배낭을 받아 대신 메고 가시고...

 

(12:1226) 점심식사.

 

드디어 점심식사 장소를 찾았다.

전망도 좋고, 바람도 솔솔 불어오는 넙데데한 바위지역에 앉은 일행은 각자의 배낭에서 준비 한

것을 꺼내는데,

~

우리 꼬마대장님이 드실 먹 거리가 육체이탈님 배낭에 있었으니.....

 

할 수 없이 아침에 선두대장님이 챙겨주신 김밥이 꼬마대장님 손에 들려졌고,

바보는,

짱대장님표 이스리에, 하늘바라기 총무님표 포도에, 산수유님표 복숭아 한 조각에, 바로 뒤따라

오셔서 배낭을 푸신 산여행님의 계란말이에....동냥으로 얻은 먹 거리에 배가 빵실해 졌다.

 

(12:5224) 고인돌

 

점심을 먹고 난 꼬마대장님은 금방 체력이 리셋 되셨다.

비록 배낭을 짱대장님에게 넘기긴 했지만, 그만큼 짱대장님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며 열심히 잘

진행하고 있다.

양쪽으로 보이는 풍광에 정신 줄을 놓으며 걷다보니 긴 오르막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 위로

고인돌이 나타났다.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고인돌의 위세에 저절로 폰카를 눌러대는 바보.

산수유님과 하늘바라기 총무님의 모습이 커다란 고인돌 앞에 너무도 여리여리~ 하시다.

 

(12:5706) 바위 사이의 계단과 탑님들

 

고인돌을 지나 계속 진행을 하다 보니 저 아래로 짱대장님과 꼬마대장님 그리고 그 뒤로

산나그네님이 가고계시는 게 보인다.

벌써 저렇게 많이 가시다니....

 

사진 한 장을 찍고 서둘러 따라간다.

시계는 벌서 13시를 넘어서고 있다.

 

20여분을 더 진행하니 제법 널따란, 의자도 있는 쉼터가 나오고 거기에 우리의 선두님들이

쉬고 계셨다천황봉을 0.6km 앞 둔 지점이다우리도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선두님들이 출발을 하시고, 우리도 그 뒤를 따른다.

 

(13:3617) 통천문

 

쉼터에서 출발하여 10여분쯤 진행하니 천황사, 경포대, 구름다리 등의 방향으로 향하는

통천문 삼거리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니 곧 통천문이다.

통천문은 천황사에서 천황봉을 오르는 마지막 관문의 바위로 이곳을 통과해야만 천황봉을

오를 수 있는 문의 역할을 한다고 해서 생긴 것이라고...안내판에 적혀있었다.

 

안내판을 지나 데크길을 조금 걸어야 통천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그 조붓함 또한 재밌었으며,

통천문을 통과하여 계단을 조금 오르자 나타나는 풍경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13:3840) 여기는 또 어디...??

 

저수지???가 있는 고즈넉한 마을 그림이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로 들어왔다.

편안해지는 마음....

 

그러고 보니 월출산은 여러 산군들이 함께 어울려 키재기를 하는 여타의 다른 산과는 달리

너른 평야에 우뚝 솟은 나홀로 산으로 어디에서 오르든 해발 100m 도 안되는 곳에서의

출발이 되겠고, 전체적으로 짧은 산행거리임에도 809m까지 올라야 하는 만큼 급경사로

750m 안팎을 올라야 하는손꼽히는 난이도의 산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산성대 코스는 거의 해수면과 가까운 영암 읍내에서의 출발이니 말해 무엇 하랴.

 

그나저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정상이.

그리고 곧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이다.

 

(13:4302) 천황봉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과 힘들어하는 표정이 짬뽕으로 나타나고 있는 꼬마대장님을 보며,

참 안쓰럽고 미안하면서도 무척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징징대지 않는 그 무엇, 단호한 그 무엇, 왜 스틱을 대신 가져가야 하는지,

왜 불고기 반찬통을 대신 가져가야 하는지를 깔끔하게 설명을 해서...

우리의 하늘바라기 총무님은 하마터면 기가 막히는 게 아니라 하늘에 닿으실 뻔 하셨다.

 

(13:4758) 영암읍과 영산강 줄기

 

정상에서 쉴 만큼 푸욱~ 쉬고, 마지막으로 영산강 줅가 선명한 영암읍 방향을 폰카에 담으며

하산을 시작한다.

예의 그 통천문 삼거리를 내려가는 중에 열심히 올라오고 계신 산신령님을 만났다.

우리 일행 이후로 처음 올라서시는 탑님이 되시겠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스리 한 잔을 말씀드리니 오늘은 산에서 안 마시겠다고 하시며 간식만

드시더니,

역쉬~

 

산신령님은 계속 천황봉을 향하여 올라가시고 우리는 통천문 삼거리에 내려선 후 구름다리

방향으로 우틀을 한다그리고 살짝 내려서 좌측으로 올라 바위 능선에 오르니 세상에나~~

바위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입 떠억~~을 불러대고 있었다.

사진을 찍느라, 아니아니, 멋진 풍광에 넋 놓고 구경하느라 산행 속도도 붙지 않는다.

 

(14:5413) 발을 붙드는 절경에...

(14:5831) 발을 붙드는 절경에...2

 

이런 분들을 바라보는 바보의 마음은 잠시 무기재가 뜬다.

 

어느덧 저 아래로 구름다리가 내려다보인다.

그 위로 우리 탑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가며 건너고 계신다.

가운데가 나뉜 조붓한 철계단을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구름다리가 시작 된다.

천황봉에서 1.6km 거리고, 천황사에서 0.9km 거리다.

이즈음이 버스 주차장 까지를 기준으로 천황봉에서 거의 절반이 되니, 이제 조금만 더 긴장을

하면 된다.

 

그러나, 구름다리에 다릴 올리는 순간 왠 긴장...???

동심도 이런 동심이 없다.

산수유님과 하늘바라기님과 셋이 팔짝팔짝......동심이 따로 없다.

 

(15:1033) 구름다리를 건너서 보니...

 

월출산 구름다리는 해발 501m에 위치해 있어서 천황사 까지는 계속 급경사 길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되고 있으며, 현재의 구름다리는 안전을 위해 2006년에 새로 놓은 것으로 나의 첫

월출산 산행에서 보았던 그 구름다리와 같은 다리는 아니었으나, 기암괴석 배경과 그 가운데 놓인

구름다리의 어울림은 그때나 지금이나 멋이 있으니, 사진 찍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그 멋에

질 수 밖에 없었다.

 

찰칵~

찰칵~

 

(15:1427) 낙석위험지대 통과 중

 

구름다리에서 동심의 깨발랄 세계를 경험한 후 깨발랄은 배낭에 넣고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낙석위험지대가 나타났다.

얼핏 보면 잘 모르겠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그 위험이 충분히 감지가 되었다.

 

이런 곳은 조용히,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야 한다.

휘리리리릭~~

 

그리 휘리리리릭 위험 지대를 빠져 나가니 급경사의 철계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대나무숲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산로는 거칠고 불편하다.

당근이 말밥이라고 우리의 꼬마대장님은 이 구간에서 자빠짐과 미끄러짐이 몇 차례 있었다.

뒤에 따라가고 계시던 하늘바라기 총무님의 심장이 그 숫자만큼 덜컥 덜컥~~

 

(15:4530) 그래도 씩씩하게

 

드디어 그 거칠고 불편했던 내리막이 모두 끝나고 대나무 숲길이 나타났으며,

그 안으로 이어진 산로는 그야말로 꽃길이 아닌 대나무 길이었다.

주욱주욱~~ 내려가다 보니 좌측의 나무들 사이로 천황사가 내려다 보이고 곧 천황사 대웅전이

올려다 보이는 너른 마당에 내려섰다.

 

그야말로 파이팅~~!! 했다.

 

 

천황사를 지키고 있던 진돗개님과 인증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쉼을 한다.

 

(15:5011) 천황사 지킴이

 

진돗개 브린들종 같은데.... 뭔 개가 이리 순한지...

볼을 비비고...

이 개가 무서워서 울 피람님은.... 저 멀찍이서....^^

 

암튼, 이번 천황사에서는 보기 드문 진돗개를 봤다는 거에 또 다른 감흥을 느끼며,

산수유님과 산여행님과 주차장으로 향한다.

 

(16:0150) 날머리 도착~

 

드디어 날머리에 도착을 하며 실질적인 월출산 산행은 4시간 50분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 앞에 빨간 하트그림이 있던 포토존에서 대기 중이던 119대원님의 손을 빌어 산수유님과

기념사진을 한 장 찍는다.

 

핫뚜~~

 

그리고 조금 더 내려오나 버스에서 내발로님이 말씀하셨던 좌측 길로 접어든다.

무성한 풀을 방치한 조각공원이 나오고, 그 공원이 끝나면서 바로 우리의 버스가 보였다.

 

만세리~~

 

(16:1527) 주차장에서 바라 본 하늘과 월출산

 

천황봉을 오를 때 구름이 걸려있었던 구간은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 많이 조심스러웠었고,

산행을 진행하는 동안은 비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으며,

월출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멋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