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 산행
[제 1일차]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 정상을 오를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2000년대 초의 어느 해, 내가 속해있던 산악회의 회원들이 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와서 그 느낌을 산악회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렇게 좋더라는 내용이었다.
회사에 매인 직장인으로, 당시의 긴 여행 스케줄을 잡을 수 없었기에 그분들의 그렇더라~ 는 소감으로만 만족한 채,
일상에 치여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본 북알프스.
그러던 지난 가을, 우리 탑 산악회에서 해외원정 제 2탄으로 일본 북알프스를 간다는 계획이 발표 되었고,
그것을 본 나는 오랫동안 가슴속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그 때의 아쉬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라와 생각 자체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무조건 무조건이야~~♬
그 후 내 개인적인 일상에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갈등도 있었지만, 가겠다는 마음은 꺾이지 않았고,
그리하여 남들보다 매우 늦게 산행 신청을 하고, 실행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 것이다.
드디어 D-day !!!
진접에서 차량 3대가 출동을 하여 내각리를 거쳐 퇴계원에 집결 되었고, 차량 당 운전봉사자님 포함 5명씩 승차,
다시 출발한 차량은 퇴계원 IC를 진입, 인천공항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 장마 속 장대비는 마침 멈춰주어서, 운전봉사를 자처하신 분들의 수고를 살짝
덜어준 것 같아 하늘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13:27) 비행 중
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원정 대원들의 표정은,
숨길 수 없는 설렘을 얼굴에 드러낸 미소, 그 뿐이었다.
마침내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2시간도 채 못 되어 일본 나고야 공항에 착륙을 했다.
이제부터는 여행사 대표님의 지휘에 따라야 하는 시간들이다.
나고야 공항을 빠져나온 일행은 준비 된 버스에 올라탄 뒤 중간 어느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이동, 오후 7시 40분경 히라유프린스호텔(료칸)에 도착이 되었다.
다음날 일정이 오전 5시 30분 버스를 타고 산행 입구인 카미코지로 들어가 아침식사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는
대표님의 설명을 새겨듣고 모두 방 열쇠를 챙겨 각자 배정 된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식당에 모두 모여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각자의 방으로 갔다.
그러나, 어느 방에 함께 모여 기분을 한층 돋우신 분들...있었으리라 ^^
(19:59) 저녁식사
[제 2일차]
대표님의 말씀에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우리 원정대 일행은 모두들 짐을 꾸려 5시에 호텔 로비로 나왔다.
짐을 호텔 로비에 맡기고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다.
산속에 뚫은 터널을 몇 개 지나는데, 그 폭이 꽤나 좁고, 꼭 필요한 만큼의 전등만을 설치해서
우리나라의 널찍하고, 다양한 색의 불빛들이 번쩍대는 터널과는 사뭇 대조되었다. 서로서로 장, 단점이 있겠거니....
그나저나 엊저녁 한방 짝꿍인 소나무님에게 수면제 반 알을 얻어먹은 효과 때문인지 머릿속이 맑다.
요래 꼼꼼한 사람이 내 짝꿍이 되었으니, 난 복도 많어~~!!
(5:55) 카미코지 풍경
오전 6시가 다 되어 카미코지(上高地)에 도착이 되었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습한 공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방향 저쪽은 많은 흰 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있어서 안도 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출발 전부터 비를 대비한 준비를 매우 철저하게 해서 비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빗길의 먼 거리 산행은 당연히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오늘의 산행 날씨는 다행히 우리 편이 되어 주었다.
감사~ ^^
곧게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줄지어 선 평평한 숲길을 매우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우리의 속도.
지난 번 후지산도 그렇더니, 탑 산악회 회원님들은 어딜 가나 표시를 낸다. 후후~
(6:19) 싱그러운 숲길
카미코지(묘진까지)는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물?? 같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으로,
에메랄드 물빛에 풍부한 수량이 주변의 숲과 잘 어울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풍경중 하나라고도 하는데,
사실인가 보다.
10여분이나 걸었으려나..??? 환상적인 풍경이 우리의 발길을 사로잡았으니 말이다.
물안개가 가득한 강물 같은 계곡물이 펼쳐져 있다.
저 뒤쪽으로 갓파바시 브릿지도 보이는... 여길 그냥 지나칠 수는...도저히...없는 것이었다.
독사진도 찍고, 단체사진도 찍고...
(6:23) 갓파바시 브릿지(河童橋) 주변 풍경
드디어 아침식사가 준비 되었다는 식당으로 들어가 참으로 입에 안 맞는 일본식 아침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마치고, 화장실도 다녀온 후 전체 인원 점검, 단체사진 찰칵, 그리고 출발~
그리고는 다시 미친 듯 달려 나가는 탑 대원들~
7시 50분 묘진(明神)도착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명신이고, 명신지에 명신교가 놓여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온다.
거의 3km 안팎의 거리로 산장이나 롯지가 있고, 그곳 이외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화장실을 발견하면 들리는 게
나중의 당황을 모면하는 길이다.
모두모여 단체사진을 찍은 후 도쿠사와 롯지로 향한다.
8시 35분, 분수는 아닌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던 도쿠사와 롯지를 지나 9시 40분 요코오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국공같은 분들이 계셨다.
단체복을 입고, 뭐라뭐라 하는데, 뭔 소린 줄은 모르겠고, 나중에 여행사 대표님이 오셔서 뭐라뭐라 대꾸 하시고,
결론은, 그들은 야리가다케를 올랐다가 그 주변 어디는 위험한 곳이 있다는 설명에, 우리는 그곳을 가지 않을 거라는
것과, 야리가다케를 가려면 산행 신고, 접수??? 비스무리한 것을 작성해야 하는데, 우린 이미 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휴식 후 출발~~
(10:38) 나무다리도 건너고.
이제부터는 선두와 후미의 텀이 슬슬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선두그룹에 바짝 따라 붙었다.
사실 나는 이곳에 오는 것을 마지막까지 망설였었다.
만 나이 15세가 넘은, 사람나이 100세 안팎인 우리 장미할매가 내내 뒷다리 힘을 못 쓰는데다가 눈도 아프고
귀도 아파서...계속 병원엘 다니고 있었으니.
출발 전 며칠을 거실에서 쪽잠을 자며 장미할매 일어날 때 마다 같이 깨어 다리도 주물러주고, 온 몸 마사지도
해 주고...등등의 불면의 시간을 보냈더니 출발일 전날이 되자 확연하게 상태가 좋아졌다.
이렇게 겨우 되살려 놨는데 내가 없으면 또 어쩌나 싶은 맘에 고민의 시간을 계속 하다가 꾸역꾸역 출발을 결정했다.
예전 울 엄니 요양원 가신 해 첫 초여름, 엄니 좋아하시는 코발트 빛깔로 곱고 고운 인견이불을 새로 마련해서
엄니 안 계신 엄니 방을 꾸며드리고 머리 염색하러 단골 미용실에 가서, 원장님에게 그 이야길 했더니,
원장님은 뭐 하러 그랬냐고 했었다. 그 때 내가 한 답은,
울 엄니 거기서도 대우 받으시라고... 내가 이렇게라도 울 엄니를 대우해야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대우를 받으시겠지 싶어서~
나는 암껏도 안하면서 거기서는 대우 받길 바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말에 원장님은 거울 속으로 나를 한 참이나 바라봤던 기억이 있는데,
장미할매에게도 그런 마음이었다.
밤 잠 못자며 장미할매를 챙겨주고 나왔지만, 그 고단을 이겨내고 내가 이리 열심히 산행하면
울 장미할매도 현재를 열심히 잘 버텨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산행에 임하게 되었다.
(11:00) 야리사와 롯지(槍沢口ッヂ) 정상까지는 5.9km 남았다
여전히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지나고, 나무다리도 건너며 평평한 길은 점점 오르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뱃속에서도 꼬르륵 소리를 내기 시작할 무렵 야리사와 롯지에 도착이 되었다.
롯지 마지막까지도 오르막이다. 씨...!!
여기서 모두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
먼저 도착한 선두그룹은 시원한 맥주로 땀 기운을 씻어내기 시작하고,
대표님이 오시고, 준비 된 식사가 나온다.
흠....
역시 먹을 만큼만 먹고....(연못님댁 김치 덕분에 그나마...)
그릇을 싹싹 비우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대표님이, 하늘은 좋고, 속도는 빠르고...선두님들은 3시 정도면 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것 같고,
후미도 4시 정도면 도착하실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도착하시면 배낭을 한 곳에 모아두고 바로 위에 있는
정상엘 다녀오라 하신다. 혹시 못 오르시는 분이 계시면 낼 이른 새벽에 다녀오면 된다고도 하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대표님의 표정은... 우리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지쳐 보이신다.
우리의 이런 빠른 속도를 예감하지 못하신, 대표님이야말로 이런 빠른 속도를 처음 경험하시는 것 같았다.
아침에, 하루에 1,500m 이상을 오르는, 처음 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될 거란 대표님의 말이 사알~짝 무색해졌다.
(우린, 탑이야~~!!)
소금 양치를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모두모여 각자 챙겨온 프랜카드를 들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시간은 11시 54분, 휴식, 점심시간 포함 6시간 가까이를 이미 걸었음에도 모두 표정이 밝다.
또한 이즈음 되니 벌써 마음이 벌렁거리기 시작함은 말릴 수도 없는 것이다.
남은 거리 5.9km에 황홀경이라는 야리가다케 정상을 조금 있으면 보게 된다고 하니 심장 펌푸가 이미 RPM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출발~~
(12:20) 바바다이라 캠프장에서
야리사와롯지에서 잠깐 만에 바바다이라 캠프장에 도착을 한다.
이곳 높이가 1,990m이란다.
표지목에 정상까지 5km 남았다고 되어 있으니, 그 5km를 가는 동안 고도를 1,190m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여기까지는 길긴 했지만 제법 평탄한 산책길 코스였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고도를 올려가며 야리가다케를 향하는 시작점이 된다는 뜻이란 말인가???
으메, 기죽어~~!!
선두그룹 단체 사진을 한 장 찍고, 출발~
좌측에 계곡을 두고 처음에 제법 쉬운 길이 지속되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 보니 갑자기 짙은 구름이 걷히고 짠~!!! 나타나는 돌산 봉우리.
우린 일제히 환호를 질러댄다.
와~~
저기 봐요~~
모두들 급 수다쟁이가 되었다.
정상 부위 아래로 군데군데 만년설이 보이고, 그야말로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여기가 이럴진대 야리가다케 정상은 어떨 것인지 상상으로도 가늠할 수가 없다. 얼른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12:41) 앞이 뚫리며 보이는 풍경
뒤로 보이던 저 위의 능선들이 어느덧 우리와 비슷한 높이로 내려서 있고, 그만큼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더욱 멋짐을 뽐내고 있다.
찰칵, 찰칵,....
멋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고, 짙은 구름들이 몰려다니다 비 같지도 않은 비를 뿌려 대기도 했지만,
심한 땡볕 구간을 그 구름들 덕분에 대체적으로 시원하게 빨리 걸을 수 있었다.
슬슬...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여태 달려라 하니~처럼 열심히 달려왔는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또 그간 오랜 시간 걸어오면서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 2시가 되어가자 이제 길은 돌길이다.
하늘이 뻥~~ 뜷린, 주변에 나무 한 그루 없는, 키 작은 꽃과 풀들만 펼쳐진 또 다른 우주에 도착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돌산과 돌길 정면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야리가다케가 구름 사이로 우뚝 솟아있었다.
(14:04) 구름 사이로 보이는 정상
정상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은 급해지고, 돌길에 힘든 다리는 마냥 더뎌지고...어쩌라는 것인지.
돌길이 설악산 황철봉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귀때기청봉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라는 나의 말에 총대장님도
그런 것 같다고 답하신다.
특이한 게, 이곳 돌길은 돌에 동그랗게 하얀 표시를 양쪽에 해 놓아서 그 표시 안으로만 가면 맞는 길로 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산 중 몇 군데에도 도입이 필요해 보였다.
반류쿠츠 동굴인가 뭔가를 지나는데 관심 줄 기운이 없다.
그저 앞으로만 가는데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돌길을 조심하려 고갤 숙이고 걷다가 문득 저 앞을 바라다보니 우리의 산나그네님이 다른 곳으로 가고 계신다.
여행사 대표님이 그렇게 우려하였던, 오른쪽 빨간 지붕 산장인 샷쇼휘테 산장에 거의 도착하고 계신다.
총대장님을 비롯한 우리 일행들이 손은 흔들어가며 소리쳐 댔지만 그대로 산장 구역으로 들어가셨다.
우리 소리를 들으셨을지 걱정을 하며 진행을 하는데, 샷쇼분키(殺生分岐) 표지목이 나온다.
이곳이 샷쇼휘테 산장으로 가는 분기점으로 여행사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까딱 하다간 그리로 가기 십상이게 되어 있었다.
(내발로님표) 샷쇼분키 표지목과 샷쇼휘테 산장
그나저나, 살생분기...라니...
정말 죽을 것 같은 힘듦을 요구하는 분기점이라도 된다는 의미인가...???
하긴, 한 겨울에 여길 들어섰다가 체력이 안 되거나 길을 잘못 들거나 하면 하늘가는 지름길이 될 것도 같긴 한데,
어쨌거나 너무 무서운 이름에 후덜덜....
다행히 산나그네님은 샷쇼휘테 산장 옆의 캠프사이트 쪽으로 나오셔서 우릴 만나셨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걸으신다는 것인지.
그 연세에, 그 체격에, 그 체력이라니....
신은 불공평한 게 맞어~~ ㅠㅠ
뭐라도 좀 먹어야 하겠다.
쉬어가자는 나의 말에 총대장님도 그러자 하시고, 산나그네님, 넙데데한 돌 위에 털썩 앉으신다.
모두모두 힘들고 있다.
배낭의 먹을 것들이 나오고, 나와 소나무님은 엊저녁에 먹으려고 샀다가 산행 중에 먹자며 챙겨놨던 빵을 꺼낸다.
빵도 먹고, 물도 마시고....조금 기운이 난다.
다시 출발이다.
(미드미님표) 간식타임 전 선두의 삼녀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급경사의 길로,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이 된다.
쉴 곳도 없는, 땡볕이 쏟아지는 울퉁불퉁한 돌길에, 이미 8시간 이상을 걸어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과 맘을 잘 달래가며
꾸준히 올라야 한다.
눈앞에 바짝 다가온 야리가다케는 어느 순간부터 걷고 걸어도 맨 그 자리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샷쇼휘테 산장은 저 아래 멀리로 보이는데, 위로 보이는 정상은 늘 그만큼의 거릴 유지하고 있는 느낌.
아, 약올라라.
바바다이라 캠프장까지 함께 하셨던 천마님은 진즉부터 안보이시고,
연못님과 하늘바라기님은 저 아래 길목에서 마치 머리만 동동 움직이시는 것 같이 보인다.
계속되는 지그재그의 오르막길...
다시 모여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손가락 끝에 겨우 남았던 힘, 발꼬락 끝에 풀어져 있던 힘, 머리카락 속으로 숨어버린 마지막 숨 자락까지 모아보니
한 줌도 안 되는 힘이 남아있다. 그 힘을 믿고 마지막 힘듦의 시간을 향해 출발이다.
(15:13) 야리가다케 산장 도착 전에 뒤돌아 본 풍경
가다보니 좁은 산로에 내려서는 일본 등산객들이 내가 올라서길 기다려주고 있다.
미안한 맘에 빨리빨리 걸으며 감사하다 인사하니 천천히 올라오란다.
이에 다시 감사하다 인사하며, 불쌍한 표정과 더불어 너무 힘들어요~~ 했더니 와하하하~~ 웃는다.
e Seeee...힘들다는데 왜 웃는 고인쥐, 이것이가 내려오는 자의 여유인 고인쥐.
암튼 부럽다 Seeee~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줬고, 길가에 피어있던 초록색, 흰색, 노랑색, 분홍색의 이름 모를 풀꽃들의 응원과
꾸준히 움직여 준 두 발의 성실함이 보태진 덕에 바보는 드디어 야리가다케 산장 앞마당에 올라서게 된다.
얏호~~!!!
(15:28) 산장 화장실 앞에서 본 산장과 야리가다케
시간은 오후 3시 20분.
미드미님 선두 대장님, 스카이블루 총대장님, 연못님, 피람님, 하늘바라기님, 소나무님, 바보의 얼굴은 상기 그 자체다.
모두들 짐 정리 및 화장실을 다녀온 후 정상을 향하여 출발~~
나는 혹시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싶은 맘에 우의를 꺼내 배낭을 덮어준 후 출발하여 당연히 꼴찌가 되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지정 된 외길이었는데, 우리는 내리막길로 잘 못 들어서는 바람에 다시
뒤돌아 내려서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홀로 제 길을 잡아 올라서고 계시던 두발로님 뒤를 따라 오른다.
앞에 나타난 수직의 계단도, 쇠밧줄도 내겐 두렵지 않다.
저 위, 정상이 보여줄 풍경이 그저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이다.
(15:56) 정상
그런데, 이게 뭥미...???
정상은 그냥 정상이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뿌연 구름이 온 산을 지배하고 있어서, 잔뜩 기대했던 정상과 이어진 북알프스의 산봉우리 군락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아주 한참 만에 선심이라도 쓰는 양 찰나의 순간으로 뒤 풍경 일부를 살짝 보여줘서,
그 드러난 일부의 멋들어짐으로 전체를 상상하자니 전체를 못 본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일본 후지산도 보인다고 했는데....흐엉~~ ㅠㅠ
10여분을 더 기다렸지만 여전히 구름 가득, 포기하고 뒤돌아서 내리막 쇠사다리 몇 칸 내려서니 들려오는 환호성~
산여행님의 인증 샷 순간에 뒤 배경이 열린 것이다.
아, 역시 모든 것은 기다림의 미학인 것을....그새를 못 참고...
바부팅~~ ㅠㅠ
뭐, 내 복이 그 정도려니....생각하며 아쉬움을 떨쳐내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직의 사다리를 내려선다.
금방 총대장님 뒤로 바싹 붙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앞 선 두 분....이 아니고 세 분 때문이었다.
우히히히...^^
1순위는 하늘바라기님, 소나무님
2순위는, 선두대장님.
암튼, 1순위 두 분은 안전지대에 내려서자마자 부둥켜안고 서로를 토닥이며...
햐, 이것을 사진에 담았어야 했는데...^^
하긴, 겁나는, 위험한 구간인 것은 맞다.
직벽에 허름하게 놓인 철사다리고 그렇고, 쇠밧줄만 덩그렇게 내려트려진 바위 길도 그렇고,
호치케스 발판이 아닌 삐죽한 철근 막대 하나 꽂힌 바위덩이도 그렇고...
그런데, 이 나라는 사람이 아닌 자연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니 사람이 조심을 할 수 밖에.
(16:33) 야리가다케에서 산장으로 내려가다가 한 장.
3일차에 저 좌측 봉우리를 지나기로 되어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자연을 현재의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누려야 한다는 생각은 욕심이라고,
자연은 내가, 우리가 맘대로 누려할 자산이 아니라 후대가 그 자연의 본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변형은, 훼손은..,,후대가 알게 될 지금의 자연과 다름으로 해서.
그래서 이렇게 험한 곳은, 자신 없으면 굳이 들 필요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든다면,
이미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여, 살거나 죽거나를 뛰어 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울 나라 같았으면 여기 어디쯤에 케이블카를....ㅠㅠ
애고, 이야기가 또 곁길로 샜네..
개반성~
야리가다케 산장에 무사히 내려섰다.
저 아래로 올라서고 계신 내발로님, 여행사 대표님, 육체이탐님, 노다지님이 보이신다.
곧 올라서실 테고, 난 누군가 내민 생맥주를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신다.
아~, 좋아라~
(스카이블루님표) 정상을 다녀온 후
[제 3일차]
지난 밤 산장에서 8시 30분까지 온갖 종류의 술잔치가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소나무님표 수면제 한 알을 먹고, 알람을 새벽 4시에 맞춰 놓고 취침 모드~
그러나 알람소리가 나기도 전에 눈은 떠졌고, 부지런히 산행 준비를 마친다.
어제 못 본 야리가다케 정상에서의 주변 풍경을 보기 위해서.
그러나 날씨가 우리 편이 아니었다.
거센 비바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뿌연 산장 밖 세상 역시 바보가 처음 경험하는 찐한 곰탕 핏 이었다.
정상에 오르기로 했던 몇 분이 준비를 했지만 결국은 포기, 좀 더 쉬며 날씨를 지켜보기로 한다.
그러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날씨.
집행부는 본래의 계획도 아닌 가장 빠르고 안전한 하산로를 결정한다.
어제 올라왔던 그 길을 그대로 내려서자는.
(7:04) 산장에서 하산 전 단체사진
오전 7시.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모두 우의로 완전무장을 한 후 산장 앞에 모였다.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은 후 하산을 시작한다.
그리 힘들게 올랐던 길이 하룻밤 쉬었기도 했지만 너무도 쉽다. 죽죽 내려선다.
어제 일본 산객들의 웃음이 이해가 된다.
고도를 낮추자 하늘은 개이기 시작했다. 뒤돌아 본 높은 곳은 여전히 짙은 구름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야리사와 롯지에서 모두들 점심식사를 한다.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하나씩 챙긴 영양밥 한 덩이에 내발로님 고추장이 더해지니 맛난 안주(??)가 되었다.
아쉬운 대로 롯지에서 파는 사케와 생맥주를 섞은 일본식 소맥에 영양밥 한 젓가락을 하니 하늘이 손바닥이다.
후미까지 모두 내려서실 즈음 선두는 자리를 치운다.
11시 50분,
여행사 대표님이 발이라도 담가보고 가자며 오른쪽에서 우리와 내내 함께하고 있던 계곡물로 향하신다.
모두들 따라 내려서는데, 계곡 돌 위에서 도룡뇽들이 우릴 반긴다. 아우, 귀여워~~
오염되지 않은, 만년설이 녹아내린 계곡물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피람님은 어지간하면 물속에 몸을 담그려 했는데 너무 차서 그럴 수 없었다고도 했고.
암튼, 찬 물에 발을 씻고 나니 피곤도 함께 씻긴 듯 개운하다.
다시 등산화를 신고, 출발~
(11:58) 발담그기 스케줄 실행 중 ^^
12시 10분 도쿠사와 롯지에 도착, 모두들 모여 후미를 기다린다.
사진도 찍고 맥주도 마시며 휴식 시간을 즐긴다.
육체이탈님과 노다지님이 도착 하시고, 노다지님이 아이스크림 파티를 해 주셔서 모두들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당 충전까지 마친 후, 다시 출발~
그나저나, 왤캐 빨리들 가시는지.
우는 얼라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날머리에 막걸리+빈대떡이 있을 리도 없는데, 선두그룹의 속도는 그저
너무도 빠르다. 일부러 사진을 찍자며 걸음을 세우기도 했지만, 결국 어마어마한 속도로 걸어 나가는 선두그룹의
속도에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오후 2시 30분 묘진산장 도착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일행 모두는 이미 출발 하였고, 나는 후미를 기다린다.
일행과 후미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서 바보가 그 중간 즈음에 서기로 한 것이다.
후미의 모습이 보이고, 쉼 없이 그대로 진행을 하신단다.
(14:36) 묘진교와 아름다운 두 분
올라올 때는 좌측의 길로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우측의 묘진교를 건너 묘진지(明神池)를 따라 내려간다.
묘진교를 건너며 아름답게 펼쳐지는 묘진지에 한 동안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저 앞에 산여행님이 홀로 가고 계신다.
얼른 따라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린다.
죄송한데,...사진 좀 찍어 주실 수 있나요...?? (바보, 일본어 못함, 이 말을 5백번은 외우고 감)
깜짝 놀라 뒤돌아보신 산여행님, 아이, 난 일본인인줄 알았잖아...!! 하신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묘진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묘진지 위로 설치 된 나무다리길(?) 에서도 한 장 찍고, 우리나라 주산지처럼 생긴
곳에서도 한 장 찍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맞는 것 같은데, 이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겨를이 없다.
앞 일행이 너무 안 보이니 슬슬 밀려오는 두려움.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인가...??
길은 이곳과 저 아래 산책로밖에 없었는데...!!!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물어본다.
가미코지 버스 정류장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그러자 걸어서 20분에서 25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길은 맞는 길이고, 이제 거리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안심이다.
좌측으로 갈림길이 있는 곳이 나타나고, 산여행님과 잠시 후미를 기다린다.
곧 도착한 후미와 그 좌측 길을 따라 진행을 하는데 안개비처럼 내리던 비가 이내 굵어진다.
우의를 입고, 조금 더 걷자니 버스 정류장이 보이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이 보인다.
(16:32) 버스 정류장에서 히라유 프린스호텔 가는 길의 깔 맞춤 ^^
마침 도착되는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첫째 날 묵었던 히라유 프린스호텔로 향한다.
버스정류장으로 버스가 들어서니 편의점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려 소나무님과 편의점에 들러 생채소나 샐러드가 있는지 점장에게 물어본다.
샐러드가 있다고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는 곳으로 갔더니 과일사라다만 있다 ㅠㅠ
일본 사람들은 생채소는 안 먹고 사는 것인지. 도대체 나랑은 정말로 안 맞는 식성이다.
그냥 나와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서 방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저 몰려드는 피로감과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온 몸과 맘을 휘감고 있을 뿐이다.
[제 4일차]
오늘은 집에 가는 날.
일찌감치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 된 버스에 올랐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이온몰에 들러 이런저런 일본 공산품들을 구경도 하고 사기도 한 후 공항에 도착,
자꾸 지연되는 탑승 시간에 항공사에서 2천엔씩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진풍경을 겪기도 했지만,
모두들 무사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이번 일본 북알프스 원정의 막이 내려졌다.
(14:13) 탑승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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