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나의 성수동 시절이 마감되고 강동구 성내동(올림픽공원 뷰~)시절이 도래된다.
회사가 사옥을 사서 이전을 하게 된 것이다.
본래, 엄니 계실 땐 엄니 더 아파지시기 전에 2년 놀아드리려 작정하고
올 6월 말 사직을 계획했었는데, 을 엄닌 딸이 백조 되는 게 싫으셨는지
아픈 속도를 높여버리셔서...급기야 딸 품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자릴 잡으셨다
(면회를 가니 같은 방 친구들과 잘 지내고 계셔서...오히려 왠지 서운하더라는)
그리고 남은 장미.
개장미양이랑 둘이 살기에 집도 너무 크고....해서
마침 회사가 성내동으로 간다니 나도 성내동에 오피스텔이라도 하나 마련해서
서울시민이 되어볼까...??? 했었는데, 장미가 걸렸다.
넒은 곳이 필요한 장미의 종 특성이 있는데다가
성내동으로 가면 또 낯 설은 여사님을 모시기도 그렇고, 설령 모신다 해도
오후엔 혼자 좁은 곳에서 있어야 한다는 게....넘 마음이 아팠다.
그래, 그냥 내가 고생을 더 하지 모.
전철을 한 번 더 갈아타는 것이 무슨 문제겠어. 다리만 더 튼튼해지겠지 모.
혼자 청소하는 게 무슨 문제겠어. 수도꼭지가 꼭 거울 같을 필욘 없잖아.
누가 오는 것도 아닌데, 대충 치우고 살면 되는 거야.
이래 마음먹으니 그냥 있어야 할 것 같아졌다.
내 뜻과 상관없이 함께하게 된 장미
이젠 내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가족이 된 장미.
가끔 생각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장미를 챙기고 출근준비를 해서 지옥철을 타고 출근, 근무를 하고
다시 지옥철을 타고 퇴근, 또 장미 챙기고 뭐하고....의 반복을 하며,
대체 내가 누굴 위해 이러고 사는 것일까...???
물려 줄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견생치고 나이 많은 장미가 내 노후에도 함께 해 줄 것도 아닌데.
정작 내 넓고 깔끔하고 조용한 집은 울 여사님이 장미랑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맞는 것일까...???
장미가 더 나이 먹기 전에,
햇살 좋은 낮에 장미랑 산책도 하고, 장미 끌어안고 낮잠도 자고, 칫솔질도 더 해주고..
나도 더 나이 먹기 전에,
헬스장 다니며 몸짱도 되어 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등등 하고픈 게 많은데,
지금 뭐하는 짓일까...???
사실 현재까지도 답을 못 내고 있다.
그 답을 낼 때 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저 믿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일하러 다니는 동안, 그리고 별다름이 없는 한 울 여사님은
최저임금보다 훨~ 많은 시급을 받으시며 그야말로 수도꼭지가 거울 같이 반짝이는
내 집에서 장미랑 노실 수 있으실 것이며,
난 매일을 장미와 함께하지 못함에 미안해하며 휴일을 헌납하게 될 것이다.
내게. 울 장미는. 매우... 소중하므로.